민들레
link  관리자   2021-11-19

옛날, 어느 곳에 작은 나라가 있었습니다. 경치도 아름답고 백성들도 평화롭게 잘 사는 나라였습니다.

한가지 걱정이 있다면 왕비님이 아기를 낳지 못하는 일이었습니다. 몇 해가 흐른 어느 해, 작은 나라의 왕비는 오래 기다려온 남자 아기를 낳았습니다. 왕과 왕비는 대를 이을 왕자를 얻어 말로 다 할 수 없는 기쁨이었습니다.

"나라 안 점성가들은 모두 불러 새로 태어난 왕자를 위해 축하하여라"

왕은 신하들에게 일러 나라 안의 모든 점성가들을 불러 큰 잔치을 벌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만 깊은 동굴속에서 살던 점성가 한명을 부르지 못했습니다.

'누구 보다도 도가 높은 나를 빼놓다니... . 새로 태어난 왕자에게 무서운 저주를 내릴 것이다.' 동굴 점성가는 부르르 떨며 별이 총총 떠오른 밤하늘을 향해 긴 지팡이를 휘둘렀습니다.

"어윳 깜짝이야. 무슨 일로 이라 화가 나신 건가요?" 점성가의 긴 지팡이에 놀란 꼬마별 하나가 쪼르르 달려와 물었습니다.

점성가는 꼬마별에게 자초지종을 늘어놓으며 왕자에게 말은 못하고 듣기만 하는 벌을 내리겠다며 고래고래 소리쳤습니다.

"아유 별 말씀을..... . 제게 그럴 듯한 방법이 생각났어요" 꼬마별이 이어서 말했습니다.

"지금 왕자가 다음 왕의 자리을 앉았을 때 말이에요. 왕이라면 골백번이라도 명령을 내리고 싶을테죠. 그 명령을 평생 단 한번밖에 못하는
벌을 내리면 어떨까요?"

꼬마별은 새로 태어난 왕자 아기에게 더 큰 무서운 벌이 내려질게 걱정되어 점성가에게 그렇게 말했습니다.

아기는 무럭무럭 자라 마침내 작은 나라의 새로운 왕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작은 나라는 전과 마찬가지로 아름답고, 백성들은 평화롭게 잘 지냈습니다. 그렇지만 새로운 왕은 화가 부글부글 끓어 올라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평생토록 단 한 번 밖에 명령을 내리지 못한다니..... 이러고도 어찌 왕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왕은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부글부글 솟구쳐 올랐습니다.

"이런 운명을 타고 나게 한 점성가와 별들이 원망스럽기 짝이 없구나."

"내 운명을 왕답지 못하게 결정하는데 한 몫을 한 별들아! 땅바닥으로 모조리 떨어져 납작 엎드린 꽃이 될지어다!"

명령을 내지자마자 밤하늘의 별들은 우수수 떨어져 순식간에 희고 노란 작은 꽃들로 피어났습니다.

작은 꽃들은 너른 들판에 가득 떨어져 별처럼 반짝였습니다.

'오 오, 밤하늘의 별들과 마찬가지로 참으로 아름다운 꽃들이로군' 밤하늘의 별들이 사라진 대신 꽃으로 온통 뒤덮힌 들판을 바라보며 왕은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한번 끓어오르기 시작한 화는 여전히 가라않질 않았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뱉어낸 명령인 까닭에 더 이상 왕의 자리도 지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너른 들판을 가득 채운 예쁜 꽃이 된 별들조차
그대로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양치기가 되어 양떼를 몰아와, 저 꽃들을 모조리 짓밟아 없애버릴 것이다!'

분이 가시지 않은 왕은 마침내 양치기가 되어 수많은 양떼를 몰고 와 꽃들을 사정없이 짓밟았습니다.

그러나 왕의 심술에도 꺽이지 않고 해마다 봄이면 별처럼 반짝이는 희고 노란 꽃이 들판 가득 피어났습니다.

거친 흙이거나 기름진 흙을 가리지 않고 잘도 피어났습니다.

가득 피어난 꽃들이 지고 난 뒤에는 씨앗 한개마다 하얀 솜털이 날개를 달았습니다. 둥그런 비누방울 같은 씨앗 풍선이 되었습니다.

비누방울 모양 씨앗 풍선은 작은 바람결에 하늘로 두둥실 떠올랐습니다.

"저기 높고 맑은 하늘이 우리가 원래 살았던 곳이란다." 꼬마별의 목소리입니다.

두둥실두둥실

맑은 하늘로 올라간 꽃씨들은 수많은 별들로 다시 돋아났습니다.

이른 봄, 어떤 발길에 짓밟혀도 하얗고 노란 빛깔로 반짝이는 것처럼 피어나는 꽃.

민들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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